본도그
- 에바 H.D.
집에 오는 건 끔찍하다.
개가 얼굴을 핥든 말든
아내가 있든
아내 형상의 외로움만 기다리고 있든
집에 오는 건 끔찍하게 외롭다.
그래서 너는
조금 전까지 머문 곳의
숨 막힐 듯한 기압을
애틋한 마음으로 떠올린다.
일단 집에 오면
모든 게 더 나빠지니까.
너는 생각한다.
풀줄기에 달라붙은 해충을,
길 위에서의 오랜 시간을,
길가 지원 서비스를, 아이스크림을,
어떤 구름의 특이한 모양과 침묵을
그리워하면서.
돌아오고 싶지 않았으므로.
집에 오는 건
정말 지독하니까.
게다가 가정식 침묵과 구름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총체적 불안만 초래할 뿐.
그런 구름은, 별것 아닌 듯해도,
사실은 수상쩍다. 그리고
그건 네가 남겨두고 온 것과는
다른 재료로 만들어졌다.
너 자신은 다른 구름 낀 천에서
잘려 나왔고,
돌아왔고,
싸게 처분되었고,
달빛을 못 마주쳤고,
돌아오게 되는 게 불행했고,
모든 엇나간 곳들에서 태만했고,
더러운 정장은
낡아빠진 행주처럼 해졌다.
너는 집으로 돌아온다
달에 착륙하듯, 낯설게.
지구의 중력이 끌어당겨서
힘겨움은 이제 배가되고,
너는 풀린 구두끈과 어깨를 질질 끌고서
걱정의 시구(詩句)를
이마에 더 깊이 아로새긴다.
너는 돌아온다.
끊어질 듯한 가닥으로
내일과 연결된,
깊고 메마른 우물 같은 집으로...
어쨌든...
너는 똑같은 날들의 맹공에 한숨 쉰다.
한 번에 하나씩이면 좋겠지만...
그래...
어쨌든...
너는 돌아온다.
해는 피곤한 창녀처럼
오르락내리락하고,
날씨는 부러진 사지처럼
미동이 없는데
너는 계속 늙어만 간다.
움직이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너의 몸속 소금의 조수만이 바뀐다.
너의 시야는 뿌옇다.
너는 너의 날씨를,
거대한 대왕고래를,
뼈만 남은 어둠을 가지고 다닌다.
너는 돌아온다.
투시력을 가지고.
너의 눈은 갈망이 되었다.
너는 집에 온다.
돌연변이 선물을 가지고 뼈의 집으로
지금 네가 보는 모든 것,
그 전부가, 뼈.
*
넷플릭스에서 그 영화 제목을 본 지는 꽤 되었다. 제목만 보고는 평범한 로맨스 영화인 줄 알았다. 그렇게 2년 가까이 지나서 별 생각 없이 영화를 틀었다가 충격을 받고 말았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는 2022년에 내가 본 영화 중에 가장 좋았다. 눈 내리는 길을 달리는 차 안에서 루시(제시 버클리)가 이 시를 낭송하는 시퀀스에서는 숨이 멎는 듯했다. 이 시는 완전히 나 자신을 말해주고 있는 듯했고, 영화가 끝나고 나자마자 시의 원문과 출처를 샅샅이 뒤졌다.
영화 속 자막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원문을 찾아보고 나니 내 나름대로 시를 번역해보고 싶었다. 물론 영화 자막을 대부분 참조하면서 몇몇 구절의 표현을 수정해본 것뿐이지만(+약간의 의역).
시 속에서 그가 마지막에 투시해서 보는 것은 뼈만 앙상하게 남은 집이다. 집뿐만이 아니다. 그의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뼈대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휴식이나 위안의 공간이어야 할 집에 오는 건, 그래서 끔찍하고 외롭고 지독하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똑같은 날들의 맹렬한 공격. 그러나 집은 또 다른 똑같은 날들과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있는 깊고도 메마른 우물이다.
시 속에서 지칭하는 '너'는 곧 '나'였다.
[원문]
Bonedog
by Eva H.D.
Coming home is terrible
whether the dogs lick your face or not;
whether you have a wife
or just a wife-shaped loneliness waiting for you.
Coming home is terribly lonely,
so that you think
of the oppressive barometric pressure
back where you have just come from
with fondness,
because everything’s worse
once you’re home.
You think of the vermin
clinging to the grass stalks,
long hours on the road,
roadside assistance and ice creams,
and the peculiar shapes of
certain clouds and silences
with longing because you did not want to return.
Coming home is
just awful.
And the home-style silences and clouds
contribute to nothing
but the general malaise.
Clouds, such as they are,
are in fact suspect,
and made from a different material
than those you left behind.
You yourself were cut
from a different cloudy cloth,
returned,
remaindered,
ill-met by moonlight,
unhappy to be back,
slack in all the wrong spots,
seamy suit of clothes
dishrag-ratty, worn.
You return home
moon-landed, foreign;
the Earth’s gravitational pull
an effort now redoubled,
dragging your shoelaces loose
and your shoulders
etching deeper the stanza
of worry on your forehead.
You return home deepened,
a parched well linked to tomorrow
by a frail strand of…
Anyway…
You sigh into the onslaught of identical days.
One might as well, at a time…
Well…
Anyway…
You’re back.
The sun goes up and down
like a tired whore,
the weather immobile
like a broken limb
while you just keep getting older.
Nothing moves but
the shifting tides of salt in your body.
Your vision blears.
You carry your weather with you,
the big blue whale,
a skeletal darkness.
You come back
with X-ray vision.
Your eyes have become a hunger.
You come home with your mutant gifts
to a house of bone.
Everything you see now,
all of it: bone.